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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03-23 19:05:05, Hit : 6915, Vote : 1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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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아직까지도 사보지 못한 책

  

   <박형진> 저자
고향을 지키며 살아가는 농군의 한 사람인 박형진 시인은 1992년 <창작과 비평> 봄호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초등학교만 다닌 그이지만 자신이 발 디딘 땅의 이야기, 가족과 이웃의 이야기, 바다 이야기 등을 싱싱하고 질박한 언어로 풀어내고 있다.
시집으로≪바구니 속 감자싹은 시들어가고≫ ≪다시 들판에 서서≫와 산문집 ≪호박국에 밥 말아먹고 바다에 나가 별을 세던≫이 있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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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차>  
제1부 울퉁불퉁한 변산 사람들

1. 바다를 안고 사는 사람들
줄포만의 아슬아슬한 공댕잇배
자맥질의 선수 종태
고막녀와 뱃동무
봉니 누님과 허드렛샘

2. 가스라진 놈보다 모자란 놈이 좋제
별난 별명, 별난 속내
버근버근하고 흥청흥청하던 곰소항
모항 막걸리집의 안주는 사람 씹는 맛이제

3. 소주 댓병이면 치질도 낫더라
서금용이 막걸린지, 막걸리가 서금용인지
술 많이 먹어도 술로 죽은 사람 하나 없더라
못 말리는 술버릇
밥 속으로 술이 들어가서 괜찮응게

4. 솔섬학교와 매화반 학생들
머나먼 하교길
골마리만 주무르던 김 선생
중간치기 말썽꾼
달걀로 셈을 치르는 문방구
빵 쬐깨만 도라 응?
야학 청강생

5. 도끼자국이 넷이더라
푸짐이, 꽃님이, 아루
가서 아들인가나 좀 보고 오란 말이여
길바다에서 막내놈을 낳다

제2부 곡식 키우기나 자식 키우기나
구수하고 매끈한 고구마 똥냄새
보리고추장으로 보리밥을 썩썩 비벼서
콩 위에서 자빠지면 얼쿠됭게 조심히라 잉?
팥 하나에 방구가 아흔아홉 방
녹두는 메마른 땅에서도 잘 자라지 않더냐
누룽지 깜밥만큼은 서숙밥이 최고
수수는 다듬잇돌 위에서 후둘겨야
쪄먹고, 단물 빼먹고, 튀겨먹는 옥수수
흐뭇한 달빛에 숨 막히는 메밀밭
보기 힘든 곡식, 율무와 기장


   ---변산의 농군시인 박형진
‘찰지고 맛있는 사람들 이야기’가 찾아간 첫번째 장소는 전북 부안군의 변산이다. 최근 격렬하게 쟁점화되고 있는 새만금 간척사업, 핵폐기물 처리장 건설 등의 문제로 언론의 집중포화를 받고 있지만, 노을 지는 해안의 아름다운 풍광으로 우리에게 더욱 익숙한 그곳은 예부터 마을 뒤의 들판에선 농사를 짓고 앞바다에선 그물질을 하던 반농반어의 대표적인 고장이다. 그래서인지 뱃사람 특유의 두둑한 배짱과 오기, 그리고 성실함과 끈기라는 농사꾼의 자질을 두루 갖추고 있는 변산의 사람들은 육수기에 제철 만난 고기떼처럼 싱싱하고 활기찬 면모를 지니고 있다고 한다. 초등학교만 나와 농사짓고 사는 동안 어느새 네 아이의 아버지가 되고, 첫딸 푸짐이가 스무 살 처녀가 된 지금까지 한 번도 그곳을 떠나본 적 없는 박형진 시인은 변산의 터줏대감이자 변화의 풍진을 함께 겪어온 산 증인으로서 변산과 그곳 사람들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등단 초부터 가난한 농촌의 환경과 농부들의 삶을 살아 있는 토속적 시어로 표현하면서 자신만의 확고한 문학적 영역을 고수해온 박형진 시인은 자신부터가 천생 농사꾼으로 그의 시는 몸과 정신이 일치하는, 생활 자체가 곧 시로 흡수되는 보기 드문 합일의 경지를 이루고 있다. 이번 산문집은 수식 없는 일상 언어로 절실한 삶의 이면을 날카롭게 후벼왔던 그 시들의 연장선상에 있으면서 해학과 골계미가 넘친다. 판소리 사설조의 서술, 갯사람들과 농사꾼들이 사용하는 원색적인 단어와 어투는 소위 먹물쟁이들의 문학판에서는 맛보기 힘든 새로운 문체적 경험이라 할 수 있겠다.

구수한 농사꾼의 입심으로 듣는 쫀득쫀득한 사람의 맛
모항에 가면 들머리에 막걸리집이 있다. 동네 밖으로 출타를 하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든 반드시 거치게 되는 막걸리집은 항시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는 장소이다. 농촌에서 막걸리는 뱃심을 든든하게 해주고 목청을 훤히 뚫어주는 최고의 음료. 오면가면 들르는 막걸리집에서 사람들은 텁텁한 농주 한 사발에 꼬인 속내를 풀어버리고 알큰하게 취기가 오르면 속엣말을 하거나 격렬한 논쟁을 벌이기도 한다. 술자리의 여흥을 돋우는 것은 무엇보다도 사람 사는 이야기임에랴. 남자들이 안주 삼아 술자리에서 나누는 사람들 이야기 속에는 그러나 ‘징헌’ 무언가가 흐른다. 이 산문집에 등장하는 이야기들은 그렇게 농촌의 사내들이 막걸리집에서 나눔직한 ‘징헌’ 인생살이의 단면들이다.

배고픈 시절의 변산 사람들에겐 가혹한 운명도 많았다. 입성을 해결하려다 꽁댕잇배와 함께 바다에 삼켜지고, 애꿎은 태풍에 나락이 잠기면 술로 인생을 망치기가 허다했다. 학교에서도 아이들은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고 늘 매질을 당하고 노동력을 제공해야 했다. 지금의 관점으로 상상하면 그처럼 불우한 시절이 또 있을까 싶은데, 의외로 그들에게선 삶을 즐길 줄 아는 여유와 아량이 엿보인다. 시인이 그리워하는 것은 오히려 요즘 사람들에게서 찾아보기 힘든 낙천성과 좀 모자란 듯하지만 인간으로서의 도리를 지킬 줄 아는 사람들의 넉넉한 심성이다.

오빠가 죽었을 때도, 신랑이 죽었을 때도 미친년처럼 웃어젖히더니 비만 오면 무덤가에서 귀신처럼 울어대는 고막녀, 오징어처럼 질긴 사람이라고 오징개 양반, 남의 배 타주고 용을 받으면 술로 다 조져버리는 조지기, 외출할 때마다 새하얗게 화장을 해서 분칠네, 닭똥집 좋아하는 군수의 닭똥집을 혼자 먹어버려서 좌천당한 면장님, 소주 댓병 마셔서 치질 고름을 한 대접이나 쏟아낸 서금용, 술 마시고 조갈증으로 냉장고에서 물인 줄 알고 참기름 한 병을 비워내곤 설사병으로 보름간을 죽다 살아난 허석모, 오줌을 마셨다는 박공진, 중국집 짬뽕 곱빼기 세 그릇을 비워야 속이 차는 정달원…….

이렇듯 울퉁불퉁하고 우습고 촌스럽지만, 진한 국물 같은 속내를 담고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통해 작가는 일희일비하는 삶의 다양한 맛을 깊게 우려내고 있다.

사람과 자연이 하나 되는 마음가짐

2부에서는 정성과 철학이 깃들었던 예전의 농사와 먹거리 이야기를 통해 자연을 존중하며 알뜰하게 활용하던 삶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쪄먹고, 밥으로도 먹고, 술로도 담가서 먹고, 엿으로도 고아서 쑥인절미를 찍어먹기도 했던 고구마, 찹쌀고추장보다 더 맛있는 보리고추장에 밥 비벼먹던 이야기, 간장이 우리 일상사에서 차지하는 주술적 의미, 하얀 창호문에 뿌리던 팥죽 벽사의 의미, 다듬잇돌 위에서 탈곡하고 밥해먹고 떡해먹고 빗자루 만들던 수수, 맷돌에 갈아 국수 뽑아 먹고 겨울에 지붕 이어놓던 호밀, 할머니 등긁개로 만들어 쓰던 옥수수 강치 등의 에피소드를 통해서는 가난하지만 살뜰하게 일구던 옛 농촌의 살림이며, 푸짐한 인정과 민속의 면면을 엿볼 수 있다.

변산 사람들에 대한 애정과 쇠락해가는 농촌문화에 대한 안타까움을 바탕으로 씌어진 이 산문집을 통해 박형진 시인이 제기하는 물음은 다음의 두 가지일 것이다.어떻게 하면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을까? 어떻게 하는 것이 사람과 자연이 조화롭게 사는 방법일까?가난한 농사꾼의 시심으로 삶의 밑바닥에서부터 길어올리는 애절하고 익살스럽고 고소한 이야기들을 음미하노라면 그의 순박한 물음에 동참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저자의 말]
나는 시골에서 농사지으며 평생 땅을 파먹고 살아왔지만 어인 판속인지 살림은 늘지 않고 빚만 늘어간다. 남들처럼 쓰지 않고 먹지 않고 땀 흘려 일해도 해마다 빚이 느니 사람 미칠 지경이다. 빚만 없다면 하늘에라도 오를 심정일 것 같다. 나에게 욕망이란 상향조정될 필요도 없이, 제발 돈의 폭력으로부터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는 것뿐이다.

그러기만 한다면 조그마한 내 논밭에 거름 넣고 미꾸라지 지렁이처럼 흙 속에서 뒹구는 일로 소일할 것이다. 땅에서 나오는 것들을 더 많이 이웃에게 나눠주고 흙집 토방마루 한켠을 열어서는 지나가는 길손을 불러 막걸리잔을 나눌 것이다. 옷이야 흉볼 사람 없을 테니 잠뱅이 하나쯤 걸쳐야지. 애들이 학교 가기 싫다면 보내지 않고……. 그리고는 걸어서 이 나라 산천을 꼭 한 번은 누비리라! 나에게 욕망의 상향조정은 이런 것일 뿐이다. _박형진


   ***[미디어 리뷰]
       A: 행복의 색다른 조건 새로나온책 전자, A신문
‘변산의 농촌시인’ 박형진씨의 산문집. 이 책은 삶의 원형질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보다 인간적인 가치에 천착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이 시대가 외면하고 있을지 모르는 행복의 색다른 조건을 발견하고자 기획된 ‘찰지고 맛있는 사람들의 이야기’ 시리즈의 첫번째 작품. 변산 사람들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저자는 가난한 농촌에서 서로 부대끼며 사는 사람들의 진솔한 삶을 사진과 함께 토속적인 시어로 보여준다.


       B: 스피드에 갇힌 세태 `느림의 미학`느껴봐! ,  B신문
현대문명의 과속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담은 책이 잇따라 출간되고 있다.세상은 여전히 ‘느림의 미학’에 귀를 기울이지 않지만,그런 세태에 제동을 거는 것이 문학의 역할의 하나다.위험을 알리는 호루라기를 부는 상상력의 방식은 달라도 늘 세상의 문제점을 들춰내고 대안을 찾으려는 것이 작가의 자리다.

최근 나온 소설가 김주영의 ‘젖은 신발’(김영사)과 시인 박형진의 ‘모항 막걸리집의 안주는 사람 씹는 맛이제’(디새집)도 그런 노력의 산물이다.

두 산문집은 각각 과거와 농촌,현재와 어촌이라는 다른 풍경을 소재로 삼았지만 그 속에 점점이 담은 메시지가 ‘느림이 주는 순박함’이라는 점에서 빼닮았다.

-‘모항 막걸리집의…’=지난날,지난날이 돼가는 현재

글로 표현하는 것이 무색할 때가 있다.그 사람의 삶 자체가 글이 줄 수 있는 감동을 이기는 경우인데 ‘모항…’의 지은이 박형진 시인도 그런 사람이다.

서해의 넉넉한 품에서 살아온 시인이 꾸밈없이 들려주는 ‘울퉁불퉁한 변산 사람들’(1부)의 이야기는 정겨움으로 출렁인다.

글모음에 나오는 주인공은 자맥질 선수 종태,봉구 형님 등 바닷가 마을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소박한 이웃들이다.시인은 그들 곁에 살면서 느낀 점들을 소탈하게 그려낸다.주요 무대는 시인이 사는 변산 앞바다 모항 입구의 막걸리집.그곳에서 만나는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시인은 세딸 푸짐·꽃님·아루에게 쓰는 편지 형식으로 생활 속 지혜도 들려준다.고구마 하나로 사시사철을 설명하고,보리고추장에 비벼먹는 보리밥,콩에 얽힌 다양한 세시 풍속 등 이제 막 지난날의 더미에 묻힐 이야기들에 생기를 불어넣는다.지난날 모아둔 어린 시절의 그림일기를 꺼내든다.바랜 표지 속에는 갈피마다 구수한 이야기가 기다린다.


       C: "사람과 흙은 서로 육화되는 과정이고라" , C신문
지난 일요일(17일), 하릴없이 쏟아지는 빗속에 전북 부안군 변산면 도청리 31번지 띠목(모항)에 있는 농사꾼 시인 박형진(朴炯珍·45)을 만나러 갔다. 첫 질문부터 어깃장하게 비틀어 본 것은 그가 지난주 펴낸 산문집 ‘모항 막걸리집의 안주는 사람 씹는 맛이제’(디새집)가 원인이었다. 변산공동체 대표 윤구병씨가 헌사에 썼듯이 “때묻지 않은 우리말로 전해주는 가난한 이웃들의 진솔한 삶을 마주했을 때 느낀 흠칫한 기분” 때문이었다.

―‘정말로 잘 산다’는 게 뭡니까?
“물질적 풍요도 편리함도 아니지라우. 내가농사 짓고 인간 사귀면서 느낀 바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것이지요. 사람은 결국 그렇게 가게 돼 있는디 사회적 제약이 그렇게 하덜 못하게 하는 것이지요.”

모항에서 칠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박형진은 도청국민학교 4학년 때 100권짜리 한국문학전집을 읽어버린 덕분에 “대가리만 굵어지고 학교 공부가 시들해져” 중학교 1학년 중퇴로 제도권 교육을 마감했다. 그리고 바로 농사일이니, 열네 살부터 논밭에 삶을 세운 셈이다. 서울로 도망도 쳐봤고, 외국인 선교사가 만든 학교도 다녀봤고, 고물장수도 해봤지만 자신은 타고난 농사꾼이었다. 18세 무렵 강원룡 목사가 하던 수원아카데미하우스에서 이우재 같은 이에게 배운 의식화 교육은 그에게 농민 운동가의 길도 열어 주었다.

1992년 창작과비평을 통해 등단한 박형진은 농촌의 삶을 소재로 시집 ‘바구니 속 감자싹은 시들어가고’, ‘다시 들판에 서서’와 인기 산문집 ‘호박국에 밥 말아먹고 바다에 나가 별을 세던’을 낸 바 있다.

―글쓰는 것과 농사일 가운데 택일(擇一)을 하라면요?
“나눌 일이 아니지요. 나는 잔뼈가 굵었으니 그닥 힘들 건 없지만 종자 부실 혹은 가격 폭락으로 내다버릴 때 너무 지치고 팍팍하지요. 나로서는 술 보다는 글로 풀지요.”

박형진의 이번 책은 봉니, 갑열이, 종태, 오징개 양반 같은 동네사람들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울퉁불퉁 우습지만 속내 하나는 진국인 사람들이다. 유치원을 하던 이미자(李美子·44)씨와 결혼, 20여년 동안 모항을 떠나본 적이 없는 박형진도 아이를 넷 두었는데, 차례로 푸짐이(20), 꽃님이(고2), 아루(중1), 보리(5)라는 고운 이름을 가졌다.

―자녀 교육 문제로 내외가 다툰 적은 없습니까?
“우린 공부 욕심 안 냅니다. 공부는 평생 하는 것이지요. 시기를 놓치면 안 된다는 말로 얘들을 내몰고 싶잖습니다. 그냥 땅을 애끼는 품성을 원할 뿐이지요.”

―책에 등장하는 몇몇 인물의 끝이 비극적인 이유는요?
“궁벽한 어촌과 산촌은 그럴 수밖에 없지요. 여길 떠나봤자 더 좋아질 것도 없고…. 자기 삶을 물려주기 싫어 서울로 가는 이도 있지만 남아 있는 사람들은 태생지와 질긴 게 많기 때문이지요.”

불붙은몬당(조금만 가물면 나무에 불이 붙듯 한다는 바위산) 밑 큰 골에 남동향으로 30평짜리 ‘ㄱ’자 접집을 지어 살고 있는 박형진은 나락 농사 한 필지에 밭농사 1400평을 짓는다. ‘동지 겸 친구’라는 둘째 형 박배진(朴培珍·56)씨와 이웃이다.

―사람과 자연 중 무엇을 더 사랑하십니까?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지요. 농사의 바탕은 흙이고, 관계 맺는 것은 사람이니까. 사람과 자연은 서로 육화되는 과정이고요.”


      C-1:질펀한 토속어로 읊은 줄포만 사연 손에잡히는책 ,K 신문
태풍으로 떠내려가는 경비정의 뱃전을 잡아 온동네 처녀들의 박수를 받은 종태는 이른 결혼 뒤 술독에 빠져 엉망이 됐고,일꾼이었던 용채는 일찍 객지에 나갔다가 서울 어느 여관에서 음독했다. 얼굴이 얽은 곰보에 동네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던 동네 면장님은 닭똥집 좋아하는 군수를 대접하면서 똥집은 자기가 먹어버리는 바람에 얼마 뒤 면장에서 좌천됐다. 간호사로 일하다가 동네에 들어와 돌팔이 의사 노릇을 하는 ‘나이롱 참외’와 종아리에 콜드크림 마사지하고 하이힐 신은 ‘전주 큰애기’ 등 줄줄이 풀려나오는 변산반도 줄포만의 사연은 끝이 없다. “검불나무나 신문지 몇 장 처질러서 잔털을 꼬실르고 씻는 둥 마는 둥 도마 놓고 배를 갈라 내장을 들어낸다”는 식의 질펀한 토속어 문장에서 삶의 속살이 엿보인다. 초등학교만 졸업한 뒤 고향에서 농사짓고 고기 잡으며 살고 있는 저자 박형진씨는 지난 1992년 계간 ‘창작과비평’에 시로 등단한 시인


        D:변산의 ‘차지고 맛있는’ 사람 이야기, 한겨레신문 2003.8.16
방사능 폐기장 설치 문제로 날이면 날마다 군민대회가 열리고 있는 전북 부안은 방사능이라는 섬뜩한 말과는 아주 인연이 없을 것 같은 아름다운 해안 변산반도를 거느리고 있다. 그곳 푸른 바다의 포말이 넘칠 듯 달려드는 곳에 모항이라는 고즈넉한 마을이 있다. 거기서 푸짐이·꽃님이·아루·보리라는 고운 우리말 이름의 네 아이들과 함께 농사짓고 고기 잡고 밤에는 시를 쓰는 농사꾼 시인 박형진씨가 살고 있다.

<모항 막거리집의 안주는 사람 씹는 맛이제>는 이 시인-농사꾼이 쓴, 변산의 들꽃향기와 해수내음을 그대로 간직한 ‘찰지고 맛있는 사람들 이야기’다. 모항 들머리 막걸리집에서 텁텁한 탁주 한 잔 주욱 걸친 뒤 피워올리는 이야기꽃을 하나씩 꺾어 순박하고도 아름다운 화병을 만들었다. “고막녀, 저 지랄을 다 허는디 비 안 오겄는가” 갯사람·농사꾼의 토속 말투를 그대로 살려낸 판소리 사설조의 이야기는 먹물쟁이들의 문학판에서는 맛보기 힘든 새로운 문체적 경험을 안겨준다.


        E: 농사꾼 시인이 풀어논 순박한 부안사람 얘기, E일보
“담뱃집 맴생이 양반, 눈끔쩍이, 고자리밥, 갑열이, 똑똑니, 오징개… 나는 이 사람들이 없으면 못살 것 같다.”

전북 부안의 농사꾼 시인 박형진은 ‘모항 막걸리집의 안주는 사람 씹는 맛이제’에서 이야기 보따리를 풀기에 앞서 이런 헌사를 써놨다. 그는 첫딸이 스무살이 된 지금까지 한 번도 이곳을 떠난 적이 없는 토박이다. 초등학교만 나와 농사짓고 시 쓰면서 사는 그가 “동네 술집에서 막걸리 잔 나누면서 여러 술꾼, 형님, 친구들과 안주 삼아서 나눈 우스운 이야기들과 사람 사는 이야기”를 그곳 사투리를 섞어 들려준다.

부안은 바다에서 고기잡고, 들에서 농사 지으면서 사는 반농반어의 대표적인 고장. 최근에는 새만금 간척사업과 핵폐기물 처리장 건설 문제로 시끄러운 곳이다.

등장인물은 잘난 데 없는 보통 사람들. 오빠가 죽었을 때도 신랑이 죽었을 때도 미친 년처럼 웃어 젖히더니 비만 오면 무덤가에서 귀신처럼 울어대는 고막녀, 닭똥집 좋아하는 군수의 닭똥집을 혼자 먹어버려 좌천당한 면장님, 딸만 내리 넷을 낳고 다섯째를 낳자 고생했다고 손 잡아 주는 남편더러 “옘병 허지 말고 가서 아들인가나 좀 보고 오란 말이여” 라고 소리를 버럭 지른 부인, 대낮에 술 취해 홀랑 벗고 자다가 소나기가 오자 알몸으로 소 몰러 나갔다가 동네 여자들 기겁하게 만든 영감님….

지은이는 이처럼 우습고 촌스럽지만 진국처럼 살아가는 사람들 이야기를 쫀득쫀득하고 익살맞은 입담으로 우려낸다. 꾸밈 없이 더러 흉도 봐가면서 풀어낸 이야기 속에 그는 고갱이처럼 이런 말을 박아 놨다. “가스라진(약아서 얄미운) 놈보다 모자란 놈이 좋제.”

동네에 소문난 술꾼 이야기며 아이 키우고 농사 짓는 이야기는 더욱 재미있다. 누구는 술 마신 뒤 조갈증에 냉장고 속 참기름 한 병을 물인 줄 알고 비웠다가 보름 내내 설사병으로 죽다 살았고, 누구는 요강 속 오줌을 들이마셨다는 등 웃지 못할 사건이 줄을 잇는다.

푸짐이, 꽃님이, 아루, 보리. 이름도 어여쁜 4남매를 둔 지은이가 농사꾼 아비로서 들려주는 예전의 농사와 먹거리 이야기는 자연을 아끼며 알뜰히 활용하던 삶의 모습을 보여준다. 쪄먹고, 밥으로도 먹고, 술 담가 먹고, 엿으로 고아 먹기도 했던 고구마, 찹쌀고추장보다 더 맛있는 보리고추장에 밥 비벼먹던 이야기, 할머니 등긁개로 만들어 쓰던 옥수수 강치 등의 추억을 통해 가난해도 마음만은 넉넉하던 옛 농촌의 인정을 전한다.

예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게 잘 먹고 잘 산다는 요즘이지만, 지은이는 정말로 잘 산다는 게 뭔지 묻는다. “세상 돌아가는 것이 굽어지고 꺾어지고 이렇게 휘돌아칠 때엔 차라리 옛날 그 모습으로 있겠다는, 딴엔 고집 아닌 고집으로 쓴 책”이라고 설명한다.

그렇다고 이 책이 회고조 넋두리에 그치는 것은 아니다. 지은이는 한 입이라도 벌어보려고 고기 잡으러 나갔다가 바다에 빠져죽고, 태풍에 나락이 잠기면 술로 인생을 망치는 등 못 먹고 못 살던 시절의 팍팍한 살림을 안쓰럽게 드러내기도 하고, 뼈빠지게 농사를 지어도 빚만 늘어가는 현실에 한숨을 쉬기도 한다. 그렇게 빠듯하고 볼품 없는 삶 속에서도 낙천성을 잃지 않는 모습에서 오늘을 사는 힘을 찾는다.

책에는 고향에 바치는 진한 애정이 뚝뚝 묻어난다. 그곳의 흙 냄새, 갯냄새, 사람 냄새가 후끈 끼친다. 이 책은 디새집이 펴내는 ‘찰지고 맛있는 사람들 이야기’의 첫 권이다. 향토색을 고스란히 간직한 지방에서 나고 자란 문인들이 자기 고장 사람들의 진솔한 삶을 사진과 함께 토종 언어로 보여주는 시리즈다. 디새집은 제 2, 제 3권으로 전남 장흥 시인 이대흠의 ‘수동떡집 사람들’, 충남 보령 소설가 김종광의 ‘충청도 이야기’를 준비하고 있다.


       F: 사람처럼 사는 모습 한 번 보시구려, D신문
변산의 시인 박형진은 자기 고향 사람들을 어쩌면 이토록 사랑할 수 있을까. 고향이 있기는 하되 고향 사람들이 어떻게 애면글면 살아왔는지 거의 모르며 살아온 나로서는 그저 놀랍고 부끄럽기만 하다. 그는 고향사람들의 기쁘거나 고통스러운 숨소리까지 은근히 가슴속에 보석처럼 간직했다가 원석 그대로 산문이라는 형태로 우리들의 손에 고요히 쥐어주었다.

나는 그의 글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내내 입가에 벙그레 번지는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물론 그가 선사한 웃음은 단순한 웃음이 아니다. 눈물과 통곡이 배어 있는 신성한 웃음이다. 갑열이 삼대가 덕재(병어)라는 고기를 잡다가 한꺼번에 바다에서 죽은 이야기와, 약간 정신이 나간 고막녀의 이야기는 슬프다. 그러나 왠지 처참하지는 않다. 고막녀가 두 남자를 보고 ‘아버지가 다른 아이’를 둘씩이나 낳아도 끝내 제대로 살지 못하는 이야기 또한 슬프지만 단순히 비극적이지만은 않다. 나도 모르게 뜨뜻한 미소가 가슴께로 번진다.

어디 그뿐인가. 눈을 끔쩍이면서 자꾸 뒤돌아보는 바람에 혼자 사는 과부가 꼬리치는 게 아닌가 싶어 줄포장에서부터 줄곧 남자를 뒤따라오게 한 ‘눈끔쩍이’ 이야기, 뱃머리 나침반 속에 들어 있는 알코올까지 빼서 술 대신 마신 기열씨 이야기, 닭똥집 좋아하는 군수를 대접하면서 정작 닭똥집은 자기가 먹어버려 좌천당한 박 면장님 이야기, 새참 대신 콜라와 빵을 먹다가 콜라에 맛을 들여 목이 마르면 소 세워놓고 둑에 앉아서 간장국 가져오라고 고함지른 영만씨 이야기, 밭을 갈다가 뱀을 잡으면 소에게 더할 나위 없는 보약이라면서 풀에 돌돌 말아 소 아가리에 뱀을 밀어넣어 삼키게 한 내문씨 이야기, “올 때 주었는디 갈 때 뭔 놈의 차비를 또 달란디야?” 하면서 끝내 차비를 주지 않은 오 처녀 이야기 등 빙그레 웃음을 머금게 하는 이야기가 한둘이 아니다.

그의 글을 읽다 보면 마치 나 자신이 오랫동안 그들과 함께 농사를 짓고 고기를 잡으면서 변산 앞바다에서 살아온 듯하고, 감칠맛 나는 전라도 사투리로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지금 막 막걸리 사발을 손에 들고 있는 듯하다.

“오사 잡놈들 다 가버링게 잡년들도 다 가부렀어. 시방 어디 있가니? 그런 사람들….”

폐항이 된 곰소항에서 아직도 술을 팔고 있는 늙은 주모의 전라도 말 품새를 어쩌면 이토록 생생하고 정감 어리게 나타낼 수 있을까.

그의 글은 밭에서 금방 딴 풋고추를 찬 물에 헹구어 막된장에 찍어먹는 맛이다. 그러다가 매운 놈을 하나 만나 눈물이 찔끔 나도록 혀를 훼훼 휘두를 정도로 맛있는 글이다. 도대체 그의 글은 어디를 둘러봐도 꾸밈이 없다. 화려한 형용사와 넘치는 부사의 장식이 없다. 있는 그대로, 살아온 형국 그대로를 숨김없이 보여주면서 ‘자, 보세요, 이게 사람 사는 진정한 모습입니다’ 하고 나직이 속삭인다. 마치 까무잡잡하게 해풍에 그을은 한 소년이 서울서 사는 데 지쳐버린 나 같은 중년의 사내를 맑게 쳐다보고 환하게 웃고 있는 듯해서 나는 그의 글이 좋다.

그렇다. 그의 글에는 도시민이 도저히 다가갈 수 없는 신성함이 배어 있다. 자연이 지닌 순수성과 그 자연 속에서 순응하며 살아가는 이들의 천진함과 성실함이 숨어 있다. 지하철을 타기만 하면 어김없이 꾸벅꾸벅 졸거나, 높은 빌딩 사이로 허겁지겁 바쁘게 걸어다니는 도시민들은 이 글을 한 번쯤 고요히 읽어 잃어버린 자신의 고향을 되찾게 되길 바란다.

박 시인은 ‘작가의 말’에서 ‘정말로 잘 산다는 것, 행복하게 잘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하고 묻고 있다. 그는 이제 자신에게 그런 질문을 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그는 자연과 하나가 되어 욕심내지 않고 정말 제대로 잘 살고 있는 듯하다. 나는 그런 그가 부럽다. 그가 지닌 자연에 대한 소박함과 행복함을 조금쯤은 훔치고 싶다. 언젠가 그를 만나면 그가 직접 산 밑의 밭 한 귀퉁이에다 3년 걸려 지은 흙벽돌집에서 보리새우양념젓에 상추쌈을 싸서 먹는 점심을 한 끼 얻어먹고 싶다. 모항 막걸리가 곁들여지면 더욱 좋겠다.


  -------변산에 야생화 탐사때 가끔 찾아뵙고, 묵은 김치와 된장 같은 기운을 얻어오고 손수 우려낸 구절초차도 가끔  음미하게 해주는 분이 생각나서, 비록 몇 년 전  글이지만 구수한 깊은 맛이 나길래....( 방지기 씀)    ***이 외에도 직접 쓰신 글 책이나 편저하신 글 들이 많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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